2025
 
2025
Extra Form Output
저자 류근 

   

 

 

 

 소나기

  

 

 

  

 

  신이문역에서 4번 출구로

  나아가는 사이에

  애인과 우리나라 동쪽에는 비가 내린다

  여름이 아직 그치지 않은 나라

  내 오른쪽 무릎은 군대에서 조금씩

  다쳤다 나는 조금씩 허물어졌다

 

  그러한 세월이

  위로가 되는 나날이 있다 애인은 그때

  다른 남자의 아이를 가졌었다

  나는 확연한 것을 기억하느라

  희미하고 따스한 추억의 자리를

  더 깊이 사랑할 수 있었다

 

  애인은

  울지 않았다

  나는 봉숭아 꽃대처럼

  가뿐한 몸매로 고백하였다 병원에는

  그 남자가 가주길 바래

 

  바래고 바랜 세월이 지나가는 사이에

  나는 군대를 지나 신이문역 4번 출구를 향해

  나아가네

 

  애인과 우리나라 동쪽에는 비가 내리네

  그러한 것들은 그러나

  다 지나간다고 믿게 된다

  지나간 나날은 그렇게도 고요하게

  다 지나갔다

  지나가는 것이다

 

 

 

 

 

 

 

 

 

 

 


 

신작시_류근.jpg

류근  l

1992년 《문화일보》 신춘문예 등단. 시집 『상처적 체질』 『어떻게든 이별』, 산문집 『진지하면 반칙이다』 등이 있음.

 

 

 

—

2025년 10월호(VOL.1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