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자 | 변희수 | ||
|---|---|---|---|
| 완결여부 | 연재중 | ||
봉순이의 진심
변희수
앉아!
기다려!
굴러!
손!
우리 집에서 제일 말 잘 듣는 봉순이
착하다고 쓰다듬어 주면
슬그머니 고개를 돌려버린다
내 눈을 피해
딴 곳을 쳐다보며 자꾸
왈,
그런다

ⓒPiyapong Saydaung,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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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는, 개일까? 개를 키우다 보면 이런 이상한 질문들이 태어난다. 그럼 개가 개지 인간이니? 그런 단순한 반박은 선긋기에 불과하다. 개는 이상한 동물이다. 형이상과 형이하라는 두 개의 층위를 스스럼없이 오가는 존재 같다. 개이지만 개가 아닌 개가 앉아! 기다려! 손! 인간의 명령어를 수행하고 있다. 개가 자신의 본능을 내려놓고 인간의 교양을 따라 하는 중이다.
말 잘 듣는 개가 슬퍼 보일 때가 있다. 착하다고 쓰다듬어주는 인간의 손길을 마지못해 허락하는 것처럼 개가 먼 곳을 바라본다. 착하다는 것은 인간의 윤리일 뿐, 착한 개가 되기 위해 애쓰는 개의 눈을 들여다본다. 우리 지금 뭐 하고 있는 거지? 개가 슬그머니 고개를 돌려버린다. 딴 곳을 바라보는 개의 눈빛이 낯익다. 거기에는 할 말 없음, 말로 할 수 없음이 지층처럼 쌓여 있다. 눈빛으로만 말하던 개가 끝내 한마디 던졌다. 왈!

변희수 l
2011년 《영남일보》, 2016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등단. 시집 『아무것도 아닌 모든』 『거기서부터 사랑을 시작하겠습니다』 『시민의 기분』, 동시집 『가끔 하느님도 울어』, 에세이집 『마음의 용도』가 있음. 〈제주4.3평화문학상〉 〈자음과모음 동시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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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10월호(vol.13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