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희수/詩크한 동시
 
詩크한 동시
Extra Form Output
저자 변희수 
완결여부 연재중 

 

 

 

   

 둘 다 OK, 했다

      

                                   변희수

  

 

 

   

  할머니 따라 산꼭대기에 있는 절에 갔다.

 

  절에는 뭐 하러 가나?

  가는 길에 떡갈나무가 물었다

 

  — 절 하러 가지.

 

  절은 뭐 하러 하나?

  다람쥐가 물었다.

 

  — 하다 보면 알겠지.

 

  힘은 안 드나?

  바위가 물었다.

 

  — 엎드려 있는 것보다는 낫겠지.

 

  후회는 안 하나?

  집 쪽으로 흘러가던 구름이 물었다.

 

  산꼭대기에 도착했을 때

 

  아무것도 묻지도 않고

  부처님이 손가락으로 OK 하고 계셨다.

  나도 따라 OK 했다.

 

     

 

 

  

150Image by Sunrise from Pixabay.png

ⓒSunrise, Pixabay      

 

 

 

●●●

                  

 

 

 

 

  오늘 하루 필요한 말이 있다면 딱 하나만 적어 보시오! 그런 항목이 있다면 '0K'라고 써보는 것은 어떨까. 농담이라고 쓸까. 잠시 고민을 하겠지만 농담에는 페이소스의 그늘 묻어있다. 농담과 해학은 꺾임과 굴절의 반사로 가능해진 발언들이다. '0K'라는 말 앞에 주저하지 않는 이들이 있다. 그런 사람들을 성격 때문 이라고 여긴 적도 있지만 살펴보면 어떤 일의 형편을 왜곡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려는 태도가 먼저 있었다.

   질문은 의심에서 시작된다. 지금 잘하고 있는 것인가? 옳은 결정을 한 것인가? 후회는 없을까? 등등. 질문하는 사람이 멋있는 게 아니라 '질문 금지'라고 단호하게 말하는 사람이 좋다. 질문보다 '0K'하고 응원해 주는 사람이 있다면 땡큐다. 질문에 붙잡히면 대책과 변명이 많아진다. 농담이 가질 수 없는 원본 그대로의 산뜻한 기분으로 오늘도 꼭대기로 출발? OK.

 

 

 

 

 

 

 

 

 

 

 


 

변희수_포스팅용.png

변희수 ​ l

2011년 《영남일보》, 2016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등단. 시집 『아무것도 아닌 모든』 『거기서부터 사랑을 시작하겠습니다』 『시민의 기분』, 동시집 『가끔 하느님도 울어』, 에세이집 『마음의 용도』가 있음. 〈제주4.3평화문학상〉 〈자음과모음 동시문학상〉 수상.

 

 

 

—

2026년 9월호(vol.1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