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자 | 박장호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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찻잔에 넣은 설탕 두 개
이웃집에서 피아노 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한 음 한 음 뚜벅뚜벅, 음악의 형태로 다가온 그녀는, 무심히 흘려 읽는 장편소설 중간에 갑작스레 재등장한 인물 같았다. 어디선가 들은 듯한 빈말처럼 그녀는 쓸쓸하게 모래시계를 뒤집었다. 햇살에 반짝이며 흐르는 모래알
눈이 따가워 커피를 달랬다. 아내가 찻물을 끓이는 동안
이름이 뭐였지, 어디서 만났더라, 어떻게 만났더라
보글보글
부엌에서 물 끓는 소리가 났다.
이름은 됐어요, 25년 전 한강, 펜팔이었지요, 당신은 가짜 이름을 썼구요, 함께 오리배를 탔어요, 강물 위에선 햇살이 춤을 췄구요, 먼저 탄 당신이 내 손을 잡았지요, 가짜치곤 따뜻한 손이었어요, 여름엔 수영장 가을엔 롤러장, 스케이트도 탔답니다, 처음 신어 헛돌던 내 손을 놓고, 당신은 트랙 밖으로 사라졌지요, 당신은…… 트랙 밖으로 사라졌어요
아내가 쟁반을 두고 나갔다.
햇살에 반짝이는 그녀의 덧니
그래…… 그래……
가만, 설탕은 두 개였던가?
또르르르 굴러오는 자판기 동전!
하긴, 동전 수를 기억하기엔 나는 너무……
굵게 찍어도 부족한 말줄임표 점 여섯
설탕을 두 개 넣은 찻잔 속의 커피처럼
한없이 어여뻐지는 그날 도주
그녀만 기억하는
가짜 이름

박장호
2003년 《시와세계》로 등단. 시집 『나는 맛있다』, 『포유류의 사랑』이 있음.
웹진 월간 공정한 시인의 사회 2015. 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