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시
 
신작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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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서안나 

진흙 나무

 

 

숲은 가끔 다정하다

커다란 개의 두 귀처럼

표정이 있다

 

초록이 물러가면 흙 맛이 났다

나무를 만지면 진흙이 만져졌다

갈비뼈를 버린 사람이 앉아 있다

아플 때 나는 너다

통증을 사랑했다

나무는 내가 아는 사람인지도 모른다

 

물렁거리는 나무를 열고

나는 진흙 얼굴을 쓰고 놀았다

내 입에서 씨앗들이 쏟아졌다

나는 뿌리가 길어 자주 넘어졌다

나무는 내가 사라지는 방식

흙 묻은 내 손바닥에

누군가 그려놓은 퍼져가는

숲의 지문

 

죽은 나뭇가지를 던지면

짐승이 달려오는

진흙 나무속에서

너는

크고

사납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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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안나 ㅣ

1990년 《문학과비평》 등단. 시집 『푸른 수첩을 찢다』 『플롯 속의 그녀들』 『립스틱발달사』, 평론집 『현대시와 속도의 사유』, 연구서 『현대시의 상상력과 감각』, 편저 『정의홍전집 1․2』 『전숙희 수필선집』, 동시집 『엄마는 외계인』이 있음.


월간 웹진 공정한 시인의 사회 2017년 11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