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시
 
신작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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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안미옥 

 

기시감

 

 

어디선가 본 것 같다 자주 봤던 사람 같다

오래 붙잡고 있던 문장 같다

흩어진 미래의 파편처럼

유행처럼

심연으로 심연으로

내려갈 수 있을 것만 같다

어디선가 했던 생각 같다

고개를 끄덕이며 듣고 있던 말 같다

어렴풋이 기억하고 있던 목소리 같다

입을 꾹 다물고

누구에게 무엇도

말하지 않기로 결심한 사람을 보았을 때

입구에 있는 문을 열지 못하고

아주 오랫동안

손잡이에 매달려 있는 사람을 보았을 때

악몽이라고 하더라도 차라리

꿈속으로 걸어 들어가

모든 것을

아무렇게나

흐트러트리고 싶었다

몇 번을 돌려 본 영화인데

화가 나는 장면에선 어김없이 화가 났다

투명한 돌로 태어났구나

한 번도 진심을 가져본 적 없는

얼굴

벽을 부수려는 사람이

주위를 두리번거리다 마침내

움켜쥐었던 것

그런 돌로는 아무리 던져도

금이 가지 않는다

물컵에 가득 담긴 얼음

누군가 꽉 쥐었던 주먹 같은

아무 말도 하지 않는 사람의 눈동자

내가 지른 비명은

온통 내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더러운 손으로 눈을 만지면

흰자위가 붉게 부풀어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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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미옥 ㅣ

2012년 《동아일보》 등단. 시집 『온』이 있음.

 


월간 웹진 공정한 시인의 사회 2017년 9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