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시
| 저자 | 박미산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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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다섯 날의 잠, 변금희 여사와 함께
여기저기 매달린 링거병을 따라 그녀의 시간을 따라가 본다
파릇파릇한 시간이 펼쳐진다
그녀의 손끝에 냉면발같이 질기게 매달려 있던 아이들
여덟 아이 늪에서 기어 나오려던
그녀의 손톱은 자랄 틈이 없었다
비단 같은 여자는
붉은 당근을 키우고
감자를 포실하게 여물게 하고
땀으로 범벅이 된 포도알을 따고
겨울엔 색색의 실로 핏발 선 토끼 눈을 짜고
엊그제까지 소란스러운 식당에서 냉면 사리를 감았다
그녀는 마지막 숨을 고르고 있다
시커먼 입천장, 백태 낀 혓바닥
생전에 있는 속, 없는 속 모두 삼킨 그녀가
아무것도 보일 것 없는 속을 드러내놓고
아버지 곁으로 가고 있는 중이다
그녀 뺨에 얼굴을 댄다
다른 세상을 가는 그녀와 나 사이를 잇는 건
귀가 먹먹해지는 눈물뿐
장맛비처럼 쏟아진다
어떻게 멈춰야 하고
어떻게 이별해야 하는지
스물다섯 날 잠을 자는 동안, 그녀
손톱 발톱이 길어졌다

박미산 ㅣ
2008년 《세계일보》 등단. 시집 『루낭의 지도』 『태양의 혀』가 있음. 현재 고려대, 서울디지털대, 방송대에서 강의.
월간 웹진 공정한 시인의 사회 2017년 8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