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시
 
신작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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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허순행 

  풍경, 4월로 건너가는

 

 

 

  애인이 스킨십을 원할 때 여자는 찔레나무 아래로 숨는 고양이처럼 발톱을 세운다 활처럼 휜 등짝에서 날카로운 눈망울이 튀어나와 애인을 노려본다 씨발년 애인은 비명은 지르고 문을 박차지만 변덕이 심한 여자는 차가운 팔짱을 풀지 않는다

  공기는 두꺼워지고 구석으로 숨어들던 물길은 축축한 어둠을 꺼내 햇빛에 널어 말린다 얼굴을 문지르던 나무들이 죽은 이들을 흔들어 깨운다 붉은 먼지가 또 날아온다 안개를 걷어내고 골짜기를 넘어온 산수화가 마른 벽에 풍경을 건다 여자도 풍경을 그려 벽에 건다 찔레나무 아래 숨었던 발톱이 말랑말랑해진다

  동그란 눈동자는 천년을 지나 도착한 별빛처럼 물에 젖고 처녀애들은 입술을 열어 목젖을 보여준다 애인은 초저녁 달그림자를 데리고 와서 여자를 흔든다 연두색 입술이 몸을 빠져나온다 여자도 젖은 치마를 펼친다

 

  부지런해진 바람이 맨발로 걸어와서 아픈 발바닥을 보여준다

 

  햇살이 더 길게 징검다리를 건너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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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순행 ㅣ

2011년 《시문학》 등단. 시집 『꽃잎만 붉다』가 있음.

 


월간 웹진 공정한 시인의 사회 2017년 5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