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시
| 저자 | 진해령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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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학동*
햇살 발라 맘 시린 날
황학동 간다
다 퍼먹어도 허기지던 조그만 솥이랑
아무것도 부쳐 먹을 것 없어 미안하던 빨간 프라이팬
칠 벗겨진 개다리소반 위
늙은 전기밥솥이 얼른 추억에 플러그를 꽂는다
거기 문간방 해가 떨어지기도 전
이불을 뒤집어쓰고 속삭이던 긴 실직기, 굶어도 좋았던……
너무도 끼워주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던 알 반지랑
호랑인지 개인지 분간도 안 가는
물 건너온 벽걸이
문득 소환당한 아무 날들이
마음에 불을 지피는 사이
변덕스런 2월 말의 가랑눈이 날린다
초로의 사내들, 자신보다 더 후줄근해 보이는
외투를 흥정하느라 목울대를 돋우고
누런 개 한 마리 경비반장처럼 다가와
살 거냐고 쳐다본다
황급히 옛 생각에서 빠져나오느라
추운 날 오줌 눈 듯 마음이 진저리친다
기억은 그대로인데
조금씩 늙고 지친 신발들이 모여서
점 백 고스톱 판을 벌이고
개평이나 뜯을까 하고 청계천 쪽에서 넘어온 바람이
어깨너머로 기웃거리는 황학동
*풍물시장.

진해령ㅣ
부산 출생. 중앙대학교 예술대학원 문예창작 전문가과정 졸업. 2002년 《심상》 등단. 시집 『너무 과분하고 너무 때늦은』이 있음.
월간 웹진 공정한 시인의 사회 2017년 4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