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시
| 저자 | 황수아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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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깊이
알 수 없는 죄책감을 안고
책상에 앉아 있다.
배는 가라앉았고
오늘 도시는
태풍에 잠겼다.
백지에 쓰는 한 줄 자백이
나를 이 도시의 수감에서
풀어줄 수 있을까.
바람은 제 몸이 부서져라
보이는 모든 것을 흔들어놓는다.
죄인은 입을 열어라!
굳게 닫힌 창문처럼
나는 끝내 입을 꾹 닫고 있다.
펜이 어디까지 버틸 수 있을까.
떨리는 손이 백지 위로 떨어진다.
간신히 찍은 점 하나.
바람의 고문을 받으며 오늘 밤,
나는 무엇을 쓸 것인가.

황수아 |
2008년 《문학수첩》 등단.
월간 웹진 공정한 시인의 사회 2017년 2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