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시
 
신작시
Extra Form Output
저자 김추인 

 

  오브제를 사랑한

  —매혹을 소묘하다

 

 

 

  바람을 지운다

  소리를 지운다

  창을 설핏 열어 빛을 소환한다

  하오의 잔광이다

  동쪽 문은 유리의 캔버스

  물의 입자들이 캔버스 위에서 응결되는 중이고 보얗게 채색 되는 중이고 무거워진 몇 개 물방울들 중력 쪽으로 가파르게 하강하며 긴 발자국을 남긴다 물의 족적, 물의 붓질

  캔버스 위 몇 개의 길고 투명한 금줄들은 스크레치 기법일 것이다 샤워실에선 더 촘촘해진 김, 아지랑이

 

  시계 소리는 화면 밖에서 뚝딱이게 두어라

  소녀가 물에서 오고 있으니

 

  젖은 살내,

  〈타올을 든 소녀〉* 쪽으로 쏠리는 펄럭이는 후각들

  팔 하나가 불쑥 액자 속으로 들어가 몸을 반쯤 가린 무명 타올을 벗겨내며 빛을 조금 더 불러 앉힌다

  전라(全裸)의 소녀

  어디선가 휘리릭∼ 날아오는 입파람 소리들

 

  아니다 역시 설렘은 은밀하고 순연해야… 과한 것은 금기, 팔에 걸치고 있던 무명 타올을 그녀에게 돌려준다 무채색으로 일어서는

  〈타올을 든 소녀〉

  아직 더운 김 날고 세상 어디에도 없는 고독과 허무의 잿빛, 잿빛은 언제 봐도 눈이 부시다 제 본성의 색감으로 소녀를 감고 도는 추상의   오브제들도 빛난다 움직이는 수증기며 시계 소리 그리고 유리를 달리는 물의 발자국들이  

  세상의 덧칠된 시간을 지우며

  존재의 물음을 던지고 있다

  절대 미감(美感)의 영속성에 대하여

 

 

  *권옥연 화백의 유화.

 

 

 

 

 

 

 

 

 

 

 

 

 

 

 

 

 

 

 

 

신작시(김추인).jpg

김추인ㅣ

경남 함양 출생. 1986년 《현대시학》으로 등단. 시집 『모든 하루는 낯설다』 『프렌치키스의 암호』 『행성의 아이들』 외 다수가 있음. 현재 《포엠포엠》 기획위원. 〈한국의 예술상〉 수상.

 

 


월간 웹진 공정한 시인의 사회 2017년 1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