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시
| 저자 | 이명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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텃골에 와서
처마 밑에 장작이 가지런히 쌓여 있는 집은
보기만 해도 따뜻하다
불을 품고
바람벽에 기대
순서를 기다리고 있는 나무들은 또 얼마나 선한가
버려져 있는 나무보다 선택되었다는 마음에 안도하듯
틈새에서는 아지랑이가 피어오른다
장작은 서까래까지 닿아 있고
영혼들은 자유로운데
언제부터 나무들은 제 몸을 태울 생각을 했을까
옹기종기 모여 앉아
몸속에 남아 있는 한 톨의 습기마저 돌려드리며
세월을 둥글게 말아가고 있다
나는 늘 쓰임새 있기를 기대했으나
여름이 가고
또 가을이 가고
선택되기 위해 몸부림쳤던 날들도 다 보내고
한계령 너머 계절의 끝자락에 와 있다
사람들은 왜 거기까지 갔느냐고 말을 하지만
뜨거운 것이 사랑이라면
부풀어 오르는 것은 그리움이라 해야 하나
처마 아래 장작 곁에서
고요히 부풀고 있는 한 독의 술
이제 더 이상 말은 필요 없을 것 같다
발화를 기다린다

이명ㅣ
경북 안동 출생. 2011년 《불교신문》 신춘문예 등단. 시집 『분천동 본가입납』 『앵무새 학당』 『벌레문법』 『벽암과 놀다』가 있음. 2013년 〈목포문학상〉 수상.
월간 웹진 공정한 시인의 사회 2017년 1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