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시
| 저자 | 이병철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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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강은 늑대처럼
강바닥이 얼굴을 잡아당긴다
돌에 붙은 다슬기들이 꼬마전구를 켠다
나는 물속에서만 얼굴이 환한 사람
불어나서 흐물거리는 내일의 표정
젖은 눈썹은 물고기의 편식 습관이 되고
나는 물속에서 흐르지 않는 것들의 수수께끼가 된다
머리칼이 새벽을 갉아먹는 동안
지문 없는 손가락으로 어루만지는 초록곰팡이
맑게 반짝이던 앞니, 덜 마른 빨래의 섬유 유연제 냄새
나는 가라앉고 오랫동안 나였던 굽은 자세가 떠오른다
아무리 흘러도 닿을 수 없던 귓속말에 사이렌이 울린다
신발 좀 벗겨줘, 발가락들을 버리고 싶어
세상은 벌써 필라멘트 꺾은 폐전구야
강은 물과 돌이 아니라
끈적거리는 침과 이빨
송곳니, 송곳니, 부러뜨릴 수 없는 흐름
날카로운 이빨들이 내 여름을,
내가 살 수 없던 시간을 뜯어먹는다
은빛으로 우는 짐승은 모르는 꿈으로 나를 데려가고

이병철ㅣ
서울 출생. 2014년 《시인수첩》에 시, 2014년 《작가세계》 평론 등단. 중앙대학교 대학원 문예창작학과 석사 졸업, 한양대학교 대학원 국어국문학과 박사 재학 중.
월간 웹진 공정한 시인의 사회 2017년 1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