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시
| 저자 | 양승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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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복
갈수록 식탐이 많아지는 걸 보니
쉽게 죽지는 않겠다
사는 게 때론
뭔가 대단한 일인 듯싶다가도
이럴 때는 쥐뿔도 아닌 것만 같았다
그도 그럴 것이
근래 들어 자주 몸이 아팠으며
그때마다 의사는
이제 아플 때가 되었다는 말로
나를 다독여 주었다
오늘도 아침이 낮이 되고
낮이 다시 밤이 될 때까지
나는 내 방에서 혼자 놀았다
이런 폭염 속에서 시를 쓰겠다는 건
욕심을 넘은 일종의 주책일 게다
나를 위해 온종일
더운 바람을 쏟아내던 선풍기에서
누린내가 났다
시를 향한 나의 고민이
조금 더 깊어졌으면 좋겠다

양승준 | 1956년 강원 춘천 출생. 1992년 『시와시학』, 1998년 『열린시조』 등단. 시집 『이웃은 차라리 없는 게 좋았다』 『사랑, 내 그리운 최후』 『영혼의 서역』 『위스키를 마시고 저녁산책을 나가다』 『슬픔을 다스리다』 『뭉게구름에 관한 보고서』, 연구서 『한국현대시 500선–이해와 감상』(전3권) 등이 있음.
월간 웹진 공정한 시인의 사회 2016년 10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