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시
 
신작시
Extra Form Output
저자 한상권 

 

 

낙관

 

 

 

주산지에서 풍경화를 그리다가

왕버들나무처럼 온몸이 젖어 있다가

야송미술관 옆 넓은 밥집 마당으로 옮겼다.

송소고택의 헛담에 대해 이야기하며

잠시 단풍과 단풍 사이를 붉게 거닐었다.

그리고 가을이 깊어진 창가에 앉아 점심을 먹는 것인데

갑자기 작은 새 한 마리가

가을 식당 통유리에 부딪혀 기역자로 꺾였다.

누군가 단지 유리창 밖의 일이라고 말했다.

나는 어느 우주에선가 온몸을 던져

지워지지 않는 그림을 완성하는 것이라고 옹호했지만

텅 빈 구두로 가득 찬 밥집을 걸어 나오면서

발 앞에 떨어진 단풍잎 하나를 주우면서

온몸으로 다가가지 않으면 닿지 않는 길 위에서

문득 가을이라는 유리 속에서

새와 세계와 나의 관계를 보는 눈을 잃어버렸다.

 

 

 

 

 

 

 

 

 

 

 

 

 

 

 

 

 

BD_C5_C0_DB_BD_C3_C7_D1_BB_F3_B1_C7.jpg

 

한상권 | 1993년 『문화일보』 신춘문예 등단. 시집 『단디』가 있음.

 

 


월간 웹진 공정한 시인의 사회 2016년 10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