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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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최형심 

 

 

 

  학살자들의 나날

 

 

- 소년범은 무산자들의 밤을 훔치고 있었다

초조해지는 위작(僞作)들이 살인광 지대로 입문하고

최초의 공전주기가 전파 속으로 파고들었다

교정기를 낀 소녀들이 갈변을 견디고 있었으므로

솜전투*는 당신을 비켜 기록되었다

 

 

  뮈르달에는 달이 뜨지 않았습니다

  나는 왼손이 없는 왼손잡이

  3형식으로만 당신을 말할 수 있었습니다

 

  속보가 오지 않는 어느 오후의 병사들처럼 소풍을 가지 않고도 살점을 구웠습니다 외래종 슬픔이 당신의 질감을 외웠습니다

  어떤 이름은 듣기만 해도 가려웠습니다, 가여웠습니다

 

  교외선을 타면 잠이 서툰 파르티잔들이 파산을 거듭했습니다

  백야의 살육지대에선 화부(火夫)의 상반신이 무색 별 무더기를 태우고, 흉곽을 두른 사람마다 타인이었습니다

 

  일요일의 행려병자들이 가문비나무 아래에 가서 혀를 둘로 나누었습니다 이별제조법에 능한 조향사들이 죄다 공범이었습니다

  지구 저편에서 교대 근무자들이 벽에 한 남자를 바르고 있었으므로

 

  망각곡선을 그리는 날에는 과일을 베어 문 자리가 타인의 풍습 같았습니다

  물의 등을 두들겨 비를 깨우는 밤이 온다면, 침묵으로 새가 떠난 새털구름의 사생활을 써야한다면, 마주보지 않고도 뜨거운 커피를 훌훌 삼킬 수 있는 거울을 만난다면, 그리하여 당신이 무고한 정복자라면

 

  누가 여름의 의자를 접어야 할까요 소염제를 세는 소녀는 비좁은 몸을 나갈 수 없었습니다

  팔월의 환승역, 새를 잃은 새들이 해안 도시로 가는 기차를 놓쳤습니다

  웃자란 타인을 처형하는 미수(未遂)의 나날이었습니다

 

 

  * 솜전투 – 1916년 서부전선, 1차 세계대전 중 당시까지 하루당 최고의 사상자를 낸 전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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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형심 | 2008년 《현대시》로 등단.

 

 


월간 웹진 공정한 시인의 사회 2016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