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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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김은후 

 

 

숙주 조정

 

 

 

이웃이 될 거야

남의 몸속에 제 집을 짓고는 짐짓 동화를 읽어준다

“이웃을 내 몸같이 사랑하라”

경전을 실천하는 거야

선충*의 경전은

밀림개미 배를 빨갛게 익히고

새들은 잘 익은 개미를 먹고

개미는 또 새똥을 주워 먹고, 먹고, 먹어

새들은 앉고, 개미들은 날고.

 

기생의 한때는 어느 뱃속에서도 소화되지 않는 매직

매직과 경전의 공서(共棲)

용케 몇 번의 죽을 고비를 넘기고 살아도

내 몸속에 살고 있는 끈질긴 죽음

다른 곳으로 옮겨 가지도 않는 모두의 죽음

이도 알고 보면 기생일 것

죽음과 내가 숙주의 자리를 놓고

교차되는 의심

 

밤늦은 시간, 학교 앞마다

주정차 금지 구간에서 기다리는 부모들

저 교문 안쪽엔 어떤 선충이

한때의 위반을 조정하고 있는 것일까

의심 들지 않는 것이 혈연이지만

새들이 수시로 고개를 갸웃거리듯

가끔 나는 의심이 든다

 

각인된 행동의 반복이 지워지는 만큼

반복되는 기생

지난봄, 산불이 지운 숲의 각인마다

어린 묘목들이 파랗다.

 

 

 

* 선충(Myrmeconema neotropicum): 밀림개미의 기생곤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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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후 | 경남 통영 출생. 2011년 《시인동네》로 등단. 한신대학교 문예창작대학원 졸업.

 

 

 


월간 웹진 공정한 시인의 사회 2016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