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시
| 저자 | 예명이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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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렌징크림
불빛이 스며든다. 블라인드를 내린다. 어둠이 액체라면 바닥까지 짜, 바닥을 펴, 바닥이 투명한 밤으로.
밤의 감정은 희고 매끄러울 것 같다. 느낌의 후면처럼 전혀 다르지만, 같은. 밤의 감정이 남아있다 해도, 아침이면 블라인드를 올린다. 손이 올린 블라인드. 블라인드가 올린 밖. 모닝커피가 조용조용 무늬를 퍼뜨린다. 희고 고운 끈적임을.
결이 난 그것은 표면도 내부도 조용조용. 조용함이 무질서해질까, 무질서를 가장한 지극히 극한 부드러움으로.
어쩌면, 밤은 어둠을 흡수하기 전에 아침을 코팅해놓고 최대한 탄력 있게 그것을 펴 바르듯.
밤의 징후는 불빛. 그것의 징후는 눈빛. 불안이 내공인 몽타주처럼 흘러내릴 듯 흘러내릴 듯, 부드러워.
그것이, 그것이 아니었을 때, 눈과 눈이 바른 클렌징.
이젠, 마음이 살지 않는 방으로 변명을 바르는데,
상처에 바르는 연고는 크림 키스처럼 스며,
힘들어도 눈물은 조심해야 해. 눈물 끝은 진하니까.
용서를 바른다. 용서가 가렵다.
그것이 만든 클렌징크림은 가짜였다.

예명이 | 2013년 『시인동네』로 등단. 시집 『서정의 내부』가 있음.
월간 웹진 공정한 시인의 사회 2016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