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시
| 저자 | 손미 | ||
|---|---|---|---|
산호 여인숙
비명도 없이 핏기도 없이
산호가 죽고 있다
계단이 죽고 있다
너는 이제 무엇을 할 거니?
하루는 입 작은 벌레였다가 하루는 문고리가 되는 산호야
창문이 덜컹여 잠에서 깰 때
섬과 섬 사이에서 비밀 하나 죽고 있다는 신호라는 걸
이 많은 창문은 누가 낳았을까
산호에서 자고 나면 작은 반점이 부어오른다
나를 먹다가 어디로 갔을까
모든 것을 말해줄 것 같은 입 작은 벌레는
세 번째 너와 헤어지고
굴뚝을 따라 산호에 갔다
새벽이 되면 산호가 끌어당기는 사람들
산호로 파고드는 사람은
죽고 있는 계단에 앉아 백지처럼 질겁한다
침대에서 뒤척일 때
삐걱이는 침대는 외친다
나사 좀 조여줘요
풀어지는 이 목 좀 졸라줘요
하루에도 몇 번씩 비틀고 싶은 이 목을요
흐릿해지는 산호야
아직 숨이 붙어 있는 침대들은 어떻게 할 거니
다리도 없이 너는 어디로 갈 거니
온몸이 입이라서 울음이 새어나오는
너는 이제 어디로 가
누구와 충돌할 거니
어디로 가 침식할 거니
퇴실 시간은 다 되어가는데

손미 시인
손미 | 1982년 대전 출생. 2009년 《문학사상》으로 등단. 시집 『양파 공동체』가 있음. 〈김수영문학상〉 수상.
월간 웹진 공정한 시인의 사회 2016. 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