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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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백성 

 루왁도 리필이 가능한가요?                         

 

 

 

 

                           

  월요일 이 시간 카페는 어둡고 한산하다
  창을 등져 검은 실루엣으로 보이는 여인 하나가
  고양이를 안고 앉아 있다
  암갈색 무늬의 고양이, 번뜩이는 두 눈이 거울 같다

​

  여인은 모자를 벗고 고양이 꼬리를 쳐들어 부드러운 털을 헤치더니
  혀로 핥기 시작한다
  약간의 몸부림이 있었으나 고양이는 처음이 아닌 듯 순순히 배설했다
  껍질이 벗겨지고 과육만 남아 고양이 소화기관을 통과하며 숙성된
  커피 원두 몇 개가 배설물에 섞여 탁자 위로 떨어진다

​

  매니저님!
  제발 손으로 직접 갈아서 새하얀 드리퍼에 골고루 앉혀주세요
  그리고 핸드드립으로 내려주세요 나는 그것만 마셔요 아시죠 물을 천천히 내려주세요
  이 카페 안이 온통 야생 커피의 내음으로 가득 차게 부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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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탁자 위 루왁* 한 잔이 그녀의 빨간 입술을 기다리고 있다
  어떤 맛일까 향이 안개처럼 피어오른다
  그녀는 눈을 지그시 감고 온몸으로 무엇인가를 상상한다
  잭 니콜슨의 입술이 다가오고 뜨거운 혀가 입속 깊이 파고들더니
  목구멍을 간지럽힌다
  인후를 통해 뇌로 흐르는 쾌감의 전류, 입속 가득히 넘치는 볼륨
  혀끝에 오래 남아 있는 깊은 떫음과 고소함
  황홀한 오르가슴 뒤 감미롭게 젖어드는 나른한 피로감 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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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인의 눈이 점점 붉어지고 숨이 가빠진다
  눈을 흘기며 가는 허리를 비비꼬더니
  끈적끈적한 목소리로 나직하게 묻는다

​

  루왁도 리필이 가능한가요?
  여인의 손이 고양이 목을 살며시 조르고 있다  
 

  * 루왁(Luwak) 커피: 사향고양이 변에서 나온 원두로 만든 고가의 커피. 죽기 전에 꼭 한번 먹어야 한다는 명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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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성
  2015년 《문학나무》로 등단. 시집 『백수 선생 상경기』가 있음.

 

 


웹진 월간 공정한 시인의 사회 ​2015.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