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시
| 저자 | 천서봉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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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성
이 나라에 어찌 왔습니까, 어떤 불길의 詩를 꿈꾸셨습니까, 해는 서쪽에서 떠도 좋습니다 익숙함은 늘 죄악입니다
하늘이 바닥입니다 바닥을 치는 일은 끝끝내 옛 애인처럼 아름드리 자라는, 이 나라의 주인(主人)은 당연히 나무입니다
어린 나무와 나무가 만나고, 그리워하는 나무는 상징을 시작합니다만 풀잎이나 가지 아닌 가령 초록 같은, 연두 같은
만질 수 없는 강박의 문장들 사이를 뱀처럼 드나드는, 애인도 주인도 아닌 나는 별입니까 항문입니까 나무는
기꺼이 나무를 죽일 수 있습니다 창문을 열면 나를 안고 쓰러지거나 나를 업고 달려가는 나무들로 가득합니다
사람들이 안아주던 그 봄나무들입니다 미안합니다 또 한 그루의 불편을 심어놓고 저녁의 당신을 기다립니다
초록과 연두로 가득 차린 우리의 식탁, 늘 위기라는 이 나라, 목성을 끌어당기고 싶던 내 불온한 추억 때문이겠습니다

천서봉
1971년 서울 출생. 2005년 《작가세계》로 등단. 시집 『서봉氏의 가방』, 포토에세이 『있는 힘껏, 당신』 등이 있음.
웹진 월간 공정한 시인의 사회 2015. 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