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시
| 저자 | 엄원태 | ||
|---|---|---|---|
기억할 만한 마주침
테네시주 캘린버그의 어느 동물원 수족관에
혼자 사는 펭귄 할라는 어느 날
브린 셀리라는 예쁘고 귀여운 소녀를 만났습니다
물론 커다란 유리벽을 사이에 두고서였지요
브린이 마치 시합이라도 하려는 듯
동동동동, 달리기를 시작하면
할라는 미끄러지듯 물속을 달려 따라가는데요
브린이 몸을 훽, 돌려 거꾸로 뛰기 시작하면
할라도 놓치지 않겠다는 듯 날렵하게 몸을 뒤집어 달렸습니다
이쪽과 저쪽을 마구 뛰어다니는 더없이 발랄한 장면이었지요
오랜만에 친구를 만나 참 반갑다는 몸짓이었고요
‘도도’라는 동물애호단체에서 씁쓸한 분석을 내놓았네요
펭귄은 본래 사회적이고 활달한 동물이라고요
어울려 눈밭에 배를 깔고 썰매를 타는 모습처럼 말이지요
브린 덕분에 할라는 잠시나마 그 활달함을 회복했을 테지만
그게 아닐지도 모른다네요
할라는 그저 브린을 따라서 밖으로 나가고 싶어서 그런 거라고요
동물원은 사람들 생각보다 꽤 불행한 곳일 수도 있다고요

엄원태
1990년 《문학과 사회》로 등단. 시집 『소읍에 대한 보고』, 『물방울 무덤』, 『먼 우레처럼 다시 올 것이다』 등이 있음.
웹진 월간 공정한 시인의 사회 2015. 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