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시
 
신작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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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권미강 

   

  

 

 

 

 여지(餘地)

  

   

 

 

   

  태풍이 비를 뿌리는 이른 아침

  작은 텃밭 우비 입은 노부부를 본다.

  하얀 우비 아내는 오이를 솎고

  파란 우비 남편은 가지를 딴다.

  남편이 고구마 줄기를 살피면

  아내는 감자 고랑에 앉아 잡초를 뽑는다.

  빗속에서도 부지런히 손을 놀린다.

  채소들이 저마다의 거리를 두고 뿌리 내리듯

  부부의 삶에도 여지가 있다.

  빗물이 고랑으로 조용히 스미듯

  앞서지 않고 재촉하지 않고

  손을 거드는 일

  오이는 오이대로,

  가지는 가지대로,

  고구마도, 감자도

  저마다 제자리에서 익어간다.

 

 

 

 

 

 

 

 

 

 

 


 

신작시_권미강.jpg

권미강  l 

2011년 《시와에세이》 등단. 시집 『소리다방』, 산문집 『나는 진실합니까』 등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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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9월호(VOL.1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