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자 | 김복희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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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도와 노동
복도에
복도에서
복도를
어떻게 하면 좋아
단축근무로 텅 빈 건물의 오후 네 시
아주머니는 물걸레질을 하는 중이시다
아주머니 음악이라도 들으시지
찰박이는 소리뿐
내가 서 있는 곳에서 복도는
한 번 오른쪽으로 꺾이는데
물 자국도 꺾여 선명하다
복도를 지나가려면 복도를 밟아야 하는군
아주머니를 밟는 것처럼
오늘 복도는 아주머니와 연결되어 있나 봐
아주머니의 복도 청소는
한 뼘씩 진행 중이고
복도에는 에어컨이 없어
아주머니의 등이 푹 젖었다
아주머니와 복도를 나누려니
아주머니의 이름을 모른다
나와 아주머니를 나누려니
둘 다 등이 젖었다
복도와 나를 나누려니
발이 붙으려 한다
복도를 지나가려면
아주머니의 온몸을 지나가야 한다
흙발을 내놓고 찰박 지나가야 한다
기다린다느니 나눈다느니 하는 말은 그만.
자연스럽게 움직이면 될 일이다
복도에 우두커니 서 있으려고?
그건 아주머니를 무섭게 하는 일
복도를 망치는 일이다
함께? 물걸레질을? 하는 것은?
흙발로? 장난 같은 말도 그만.
소양 있는 복도인이 될 일이다
아주머니가 물걸레에 매달려
나를 알아챈다
아주머니가 내 발자국을 다 지워주실 것이다
복도가 복도일 수 있도록 적정한 보폭을 만든다

김복희 l
2015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등단. 시집 『내가 사랑하는 나의 새인간』 『희망은 사랑을 한다』 『스미기에 좋지』 『보조 영혼』 『생 마음』 등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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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9월호(VOL.13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