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시
 
신작시
Extra Form Output
저자 김밝은 

   

  

 

 

 

 해롱해롱 술의 신*

  

   

 

 

  1

  사랑을 찾기 위해 이 세상에 온 것이라던 누군가의 독백이

  우리의 입술 자국이 남은 술잔에서 찰랑거렸다

 

  때론 외로움을 술에 희석해 마시며

  기울어가는 서로의 어깨를 위로하고

 

  취기로 기분 좋게 물든 마음에 손을 얹으면

  온몸의 세포가 싱싱하게 되살아나는 것도 같았다

 

  늘 뻣뻣하기만 한 세상에서 직선만이 정답은 아니라고

  경계가 느슨해진 발걸음을 따라가고 싶을 때

 

  해롱해롱,

  온 세상 물이 술이었으면 좋겠다고

  술잔을 높이 들었던 적 있다

 

  2

  술의 신에 기대어 온통 붉어지다가도

  민낯으로 바라볼 수 없는 사람을

  술잔에 가득 채운 적 있지

 

  웅크린 어제에만 집착하느라

  오늘의 달콤한 표정에 붉은 밑줄을 긋지 못해

  내 편이었던 사람이 남의 편으로 돌아설 때면

  눈치 없이 술잔 속으로 떨어지던 눈물

 

  온 세상 술이 물이었으면 좋겠다

  속으로, 속으로만 울어본 적도 있지

 

  해롱해롱…

 

 

                         

  *일본 고이치현에는 술 취함을 유쾌하게 상징하는 캐릭터이자 마스코트인 술의 신 인형(조형물)이 있다.

 

 

 

 

 

 

 

 

 

 

 


 

신작시_김밝은.jpg

김밝은  l

2013년 《미네르바》 등단. 시집 『술의 미학』 『자작나무숲에는 우리가 모르는 문이 있다』 『새까만 울음을 문지르면 밝은이가 될까』 등이 있음. 〈이동주문학상〉 〈전국계간문예지작품상〉 〈한국시인협회 젊은시인상〉 수상.

 

 

 

 

—

2026년 7월호(VOL.1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