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시
| 저자 | 윤희상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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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의전당 앞뜰의 감나무
다녀가셨군요 새싹이 돋고 있어요 벌써 감꽃이 피었네요 밤하늘이 환합니다
올가을에는 감이 많이 열렸어요 보셨나요 눈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나뭇잎이 다 떨어졌어요
어찌하다 예술의전당 건너편 마을에 사는 여인을 알았다 여러 해 동안,
여인과 나는 예술의전당 앞뜰의 감나무를 사이에 두고 글과 사진을
주고받았다 그럴 때는 뭉크나 고흐를 만나러 가는 날이었고, 음악회를
가는 날이었다
언젠가부터 예술의전당을 가는 길은 감나무를 보러 가는 길이었고,
여인을 만나러 가는 길이었던 셈이다 어떤 때는 바람에 부러진 감나무 나뭇가지를
주워 들고 안타까워했다 걱정했다
그러다가, 어느덧 감나무를 내 안으로 옮겨 심었다 더 생각해 보면, 반드시 그렇지도
않다 감나무가 내 안으로 스스로 걸어 들어왔다 아마, 여인도 그러지 않았을까
톺아보면, 감나무를 보기 위해 일부러 예술의전당을 찾는 날도 있었다 아직 여인과 나는
만나지 않았다 부디, 감나무가 오래도록 건강하길 빈다
올해도 예술의전당 앞뜰의 감나무는 여느 해 여름처럼 큰 그림자를 만들었다

윤희상 l
1989년 《세계의문학》 등단. 시집 『고인돌과 함께 놀았다』 『소를 웃긴 꽃』 『이미, 서로 알고 있었던 것처럼』 『머물고 싶다 아니, 사라지고 싶다』가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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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5월호(VOL.1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