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시
| 저자 | 박정호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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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절곶으로
갈 곳 없거든 오시게나 눈물 나거든 오시게나
꽃 때 말고 질 때 말고 물너울 넘실댈 때
생각도 걱정도 말고 그냥 휙 오시게나
갈망의 단초였던 뜬구름을 따라가
찾아 헤맨 그것은 세상에는 없는 것
왜 그리 목이 타던지, 하늘 보고 땅 보고
간절곶으로 갈 것이다 너는 알고 있어라
돌아보는 회갑(回甲) 첫날 응시하는 동해에서
이윽고 다시 한 살이다 새로 떼는 걸음마
개펄에 파묻혀 조개 속 진주 되던
울퉁불퉁 검은 해가 흙을 벗고 녹을 벗고
미혹(迷惑)을 불살라 밝힌 오늘은 또 새로워라
묵은 날들 그윽해져 씨간장이듯 깊어질까
한번 갔던 길이라 재차 가면 정겨울 터,
영육(靈肉)도 숙성되었으니 없던 맛 날까 몰라
티끌 같은 무명(無明)이 진중(塵中)을 구르다 보면
깨지고 닦여져서 반짝반짝 빛이 날지,
간절한 무엇 없어도 굴러 보자 까짓것
* 손동연 시인과 새해 덕담을 나누다가, 올해 일 갑자를 돌아온 해라 하니 “다시 한 살!”이라는 말씀을 주셨다.

박정호 l
1988년 《시조문학》 등단. 시집 『빛나는 부재』 『마음 한 평』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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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3월호(VOL.1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