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자 | 김언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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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목이 마를 땐 물을 마시고
물을 마시고 싶을 땐 물을 찾는다.
물 대신에 다른 것을 찾지 않는다.
다른 것을 말하지 않는다.
물이면 족하다.
물이면 족한데
부족한 것.
부족해서 늘 부족한 것.
그것을 찾는다.
물이다.
물이 충족되지 못하고 있다.
물이 충족되지 못한 채
있다.
목이 마른 사람도
목이 말랐던 사람도
목이 말라서 죽었던 사람도
살았던 사람도
충족되지 못하고
있다.
물은 단순하다.
물을 원하는 마음도 단순하다.
욕망도 단순하고
갈망도 단순하고
절망도 단순한데
물이 부족하다.
단순한 물이 부족하다.
복잡한 물이라도 다오.
이것저것 뒤섞여서
도저히 마실 수 없는 물이라도
물이라면 다오.
물은 부족하다.
물은 남아돌지 않는다.
저기서 남아도는 물이
여기서 부족한 물일 때
물은 고귀하다.
물은 떠받들고
물은 모시고 와서
겨우 한 모금
겨우 두 모금
겨우 몇 모금의 입을 축일 때
그래도 부족한 것.
부족해서 늘 부족한 것.
그래서 찾는다.
그래서 구하고
그래서 말한다.
물을 달라.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묻기 전에
물을 달라.
물이면 족하다.
물 이상의 물도
물 이하의 물도
아닌 물을 달라.
더 달라고 한다면
그 또한 물이겠거니
생각하고 달라.
내가 원하듯이
당신이 원하는 것.
그것이 물이기를
한 모금이라도
물이기를.
물이 아니면
또 무엇이 되어
원할까?

김 언 l
1998년 《시와사상》 등단. 시집 『숨쉬는 무덤』 『거인』 『소설을 쓰자』 『모두가 움직인다』 『한 문장』 『너의 알다가도 모를 마음』 『백지에게』, 시론집 『시는 이별에 대해서 말하지 않는다』, 평론집 『폭력과 매력의 글쓰기를 넘어』, 산문집 『누구나 가슴에 문장이 있다』 『오래된 책 읽기』 『사유노트』 등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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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3월호(VOL.1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