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자 | 한백양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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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의 관찰
우리가 서로를 망원경으로 쓸 때, 내가 더 많이 사랑한다고 적혀 있는 은하 한복판
내가 사는 곳
그곳에서 나는 사랑하고, 뭉개진 구름 때문에 모든 대화는 꽝이고, 비는 돌아선 내가 사라진 후에야 내린다는 규칙
그런데 너는 누굴까, 규칙 너머에서 살짝 웃은
밤에는 실크 커튼을 흔드는 창문이 있고, 창밖에 어둠만 있다는 믿음이 있지, 우리가 우리만 생각하다가 잠이 없냐는 소리를 듣지만, 질문은 끝나질 않아, 너는 누굴까, 실루엣으로만 아름다운 사람에게서 자꾸만 믿음이 쏟아진다 우리가 실루엣을 추월할 거라고, 내가 너의 정면이 될 거라고
우리가 없는 세계에서 빛과 중력을 너, 그리고 나, 라고 쓸 때
부유를 멈추면 죽는 어떤 벌레
소망하는 일이 끝나서 지구가 단단해졌다고 믿는 어떤 아침
양치용 소금물 한 컵 속에서 나는 소금과 물을 구분하는 중, 한때는 나였고, 한때는 너였던 맥락이 분명해지는 동안 오늘이 선명해지지, 오늘은 반려 고양이를 중성화하는 날, 되게 나쁜 짓을 했다는 생각 때문에 오늘은 끝나지 않고, 나는 널 사랑해, 이상하리만치 맑은 공기 속에서, 이상하리만치 명백한 낮을 기다리면서
오지 않는 것들은 모두 너 같다고
끝나지 않는 것 또한 너 같다고
네가 아닌 사람들에게 너를 믿는다고 말하는 중
표백제 냄새가 나고, 믿을 수 없이 몸이 가볍고, 때때로 우리가 모르는 말을 우리가 알아야 할 것처럼 속삭이고, 손에 닿은 부드러운 살 속에선 모든 악다구니가 숨바꼭질처럼 보이고, 나는 이따금 널 상상하기 위해 발목에 칼집을 낸다 얇고 희미한 사다리를 붙잡을 때마다 사다리 너머에서 서성대는
널 영원히 모르는 사람들 몰래
하늘을 보곤 해
아직 좌표를 알 수 없는 별
너의 내장들이 네 몸 바깥에서 흔들리는
상상의 가장 작은 부분에서 나는 살아가는 중, 허락받은 것보다 오래 살고 있어, 안녕, 안녕, 몸을 굽힌 나를 지퍼 손잡이처럼 힘껏 당겨도 좋아, 그런데
모호함에서
울려 퍼지는 빛과 소음
네가 알까, 사랑 바깥에선 모두 너이기만 한 것들

한백양 l
2024년 《동아일보》, 《세계일보》 신춘문예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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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월호(VOL.1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