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시
| 저자 | 박완호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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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 말씨
새벽 그림자 달고 오시는
할머니 작은 몸집이
휘젓는 팔 따라 흔들리고
신발에 들러붙은 그림자가
커졌다 작아졌다 흐릿해진다
어디를 다녀오시는지,
이른 출근길 나서는 사내
지나갈 길 만들어 주려는 듯
한쪽으로 비켜서는 걸음이
자근자근 건네는 옛 말씨 같다
얼른 피고 싶은 꽃나무들
어둠이 가린 꽃망울까지
죄다 귀 기울이는지,
그림자 지나가는
골목길이 잠깐 고요해진다

박완호 l
1991년 《동서문학》 등단. 시집 『누군가 나를 검은 토마토라고 불렀다』 『너무 많은 당신』 『물의 낯에 지문을 새기다』 『염소의 허기가 세상을 흔든다』 등이 있음. 〈김춘수시문학상〉 등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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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9월호 신작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