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시
| 저자 | 신덕룡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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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두렁도서관
땅거미가 내려앉자
수천수만 권의 책들 덮느라 분주하다
눈이 침침해진 지 오래되었으니
달빛 아래 책을 펼쳐놓은들
어떤 글귀가 눈에 띄고 마음에 와닿을 것인가
눈 맑고 귀 밝은 농부조차
아침저녁으로 도둑질하듯
발소리를 감추고 드나들었지만 모를 일투성이란다
대출과 반납이란 절차가 있건 말건
수시로 들락거리며 낱알 익어가는 비밀을 읽어내던
메뚜기나 참새들이야 그 속을 알겠지만
내게는 그저 독해할 수 없는 문장들로 즐비하다
초록이 지나간 들녘과
바람결 따라 펼쳐지고 접히기를 반복하던
입 꾹 다문, 침묵의 둘레나 조심스레 걸어볼 일이다
오늘 밤에도 달빛 아래
귀동냥으로 주워들은 말들
복습하듯 웅얼거리는 풀벌레 소리 그득하겠다

신덕룡 l
1985년 《현대문학》 평론, 2002년 《시와시학》 시 등단. 시집 『소리의 감옥』 『하멜서신』 『단월』 등, 저서 『환경위기와 생태학적 상상력』 『풍경과 시선』 등이 있음. 〈김달진문학상〉 〈편운문학상〉 〈김준오시학상〉 등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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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4월호 신작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