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자 | 서안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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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양(飛揚)
섬은 자신을 끊임없이 날으리라
비양(飛揚)
갑자기 날아왔다는 섬
동국여지승람에 기록되어 있다
섬은
죽은 것인가, 죽음을 끝내고
죽음을 끌고 오는 자인가
서 있지만 서 있지 않고 걸어가지만 나아가지 않는다
섬 속의 별자리들이 출렁거린다
펄랑못을 건널 때
누군가 이 섬에는 묘지가 많지 않다고 했다
섬에 가까이 가기 위해서는
죽은 자를 바다로 돌려보내는 상상력이 필요하다
바다를 가두어 못을 만들고
황근을 심어 불멸을 기원하던 자들은
모두 어디로 갔을까
죽은 자의 손톱 같은 둥근 습지 식물과
가마우지가 부표처럼 섬을 떠받들고 있다
어디선가 나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뒤돌아보면
섬이 고요했다
무꽃과 완두콩 줄기가 섬의 바깥을 감아 오르고 있었다
대숲을 지날 때
보이지 않는 무언가가 자꾸 일어섰다
여객선을 따라오는 갈매기와
모터에 깨어지는 섬을 오래 바라보았다
물결에 갈라지고 찢기고 부글거리고 뒤섞이고
물의 절벽으로 추락하여
단숨에 솟구치는
부석(浮石)
돌이 쓴 문장마다 별이 뜬다
비양(飛揚)

서안나 l
1990년 《문학과비평》 등단. 시집 『푸른 수첩을 찢다』 『플롯 속의 그녀들』 『립스틱발달사』 『새를 심었습니다』 『애월』, 평론집 『현대시와 속도의 사유』, 연구서 『현대시의 상상력과 감각』, 편저 『정의홍선집 1ㆍ2』 『전숙희 수필 선집』, 동시집 『엄마는 외계인』이 있음. 〈서쪽〉 동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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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4월호 신작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