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시
| 저자 | 최서진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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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송이를 쥔 손처럼
햇빛이 낯설고 어둠이 낯설 때
눈송이처럼 네가 그리워 손 위에서 녹는
눈송이 참 많다
상형문자를 쥔 손처럼
삶의 둘레처럼
다친 새처럼
눈송이는 손바닥에서 가장 뜨거웠으므로
누구의 손이라도 잡고 싶다가
새들은 그런 손을 들키지 않으려고
주머니에 손을 넣고 걷는다
흘려보내도 눈송이는 언제나 시간의 한가운데 있어
공포에 빠지다가 밤에 다다른다
어떤 밤은 이미 깨졌다
자꾸만 꿈을 꾸고 싶다가도 꿈을 버리고 싶어
오늘도 해야 할 일이 많고 내일도 해야 할 일이 많아
눈송이들은 태아처럼 밤하늘을 올려다본다
얼굴이 붉은 허우적거리는 새
잔손금이 멈추지 않는 질문을 던진다
손 위에서 녹는 눈송이 참 많다

최서진 l
2004년 《심상》 등단. 시집 『아몬드 나무는 아몬드가 되고』 『우리만 모르게 새가 태어난다』가 있음. 〈김광협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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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9월호 신작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