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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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오영미 

    

 

 

 

 

온몸의 뼈가 녹아내릴 때까지 타오르도록 하자! 타오르다 지치는 쪽은 영원토록 저주받는 것으로

       

    

 

     

   거절당한 연서처럼 엉망으로 구겨진 내가 소름 끼쳐서, 내 몸에 불을 지른 뒤 온 집안을 휘젓고 싶다고 몇 번을 말해야 돼…… 알았어, 유모는 언제나 나만 걱정하는구나. 그렇지만 오늘 먹은 음식을 금 쟁반에 전부 게워내는 것쯤은 허락해줄 거지?

 

  게워내는 횟수가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창백하게 굽어가는 내 등을 최고급 오동나무로 만든 거문고처럼 훌륭하게 타는 어머니와 (악기 하나쯤은 다룰 줄 알아야 진정한 야마토 나데시코란다*) 가락에 맞춰 잔에 든 술이 넘치도록 춤을 추는 아버지가 (너는 이 세계에서 가장 잘 생긴 승려와 결혼하게 될 거야!)

 

   터무니없을 정도로 귀엽고 예뻐서, 나는 이놈들의 안면을 갓 구워낸 기왓장으로 짓이겨버리고 싶어. 그런 뒤 독극물에 담근 와라비 모찌를 꼴깍 삼킬 테야…… 그나저나 유모,

 

   목구멍 깊숙한 안쪽까지 섬세하게 깃털을 밀어 넣어봐. 그 정도론 어림도 없다니까? 좀 더, 좀 더…… 맙소사, 유모! 내 안에서 쏟아진 이것을 좀 봐! 초겨울의 눈처럼 흰 피부와 새끼손톱에 맺힌 핏방울처럼 붉은 눈을 가진 이것을 보란 말이야!

 

   유모, 어서 이것을 내 품에 안겨 줘 당장 이것에게 열렬하게 입맞추고 싶으니까! 하지만 형편없이 더럽고 저열한 내 입술을 감히 네게 붙였다 떼어도 괜찮은 걸까? 투명한 웃음을 무해하게 흘리는 너는 손끝만 닿아도 부서질 것 같아 두려운데…… 우스꽝스럽게 생긴 저건 뭐지? 우릴 향해 뭐라고 지껄이는거지?

 

  “나는 아홉 살 때부터 산스크리트어를 공부했고…… 차기 주지스님이 될 것이며…… 어찌 그리 하찮은 돌멩이 바라보듯 나를 바라보시오? 그대의 아버지가 필경 내 이야기를 해주었을 터인데? 아무튼, 그대를 처음 보았을 때부터 나는 직감했지! 그대가 나와 함께 죽어줄 단 한 사람이란 사실을 말이야! 그대와 나의 죽음은 수많은 사람들에게 길이길이 기억될 것이며 역사의 한 귀퉁이를 장식하게 될 것이오!”

 

   유모, 어디 있어? 개새끼, 소새끼, 말새끼, 내가 알고 있는 모든 새끼를 다다다 쏘아대도 세계에서 가장 잘 생긴 승려라고 주장하며 철 지난 하오체를 쓰는 이 미친놈, 전혀 말을 멈추지 않아! 오히려 죽을 듯이 신이 나서는 새근새근 잠든 내 것을 빼앗아 바닥에 패대기치고는 발바닥으로 사정없이 뭉개버리네? 게다가 유모, 유모의 머리채까지 사정없이 낚아채어서는

 

…… ……

 

  모든 근심과 걱정을 고이 접어 푸른 하늘 저 멀리 날려버리고, 나는 소맷자락에 넣어둔 청동 면경에 내 얼굴을 눈부시게 비추고는 전족을 한 사대부 여인처럼 종종걸음친다. 그러고는 당신의 귀에 복잡한 숨결을 섞은 유황불을 들이부으며 아까시 꿀처럼 속삭이는 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하찮고 쓸모없지만 그럭저럭 잘생긴 나의 조약돌 씨. 그래요, 우리 함께 불타오릅시다. 아무것도 시작하지 못했는데 너 때문에 모든 게 끝장나버린 나의 아름다운 것과 언제나 나만 걱정하던 나의 유모를 애도하며 우리 한번 귀엽고 깜찍하게 불타올라봅시다. 아무도 듣지 않는 혼잣말만 중얼거리는 나도, 머리부터 발끝까지 끔찍한 자의식이 발라진 당신도, 고루한 과거에 매몰되어 행복하게 웃기나 하는 내 어머니와 아버지도, 마지막으로 평평하고 납작해서 기록될 가치 따위 쥐뿔도 없는 이 세계도, 그저 지긋지긋합니다. 그러니 우리 이제

 

   마음껏 활활활, 활활활, 활활활활

 

 

                                                     

   * 일본을 의미하는 야마토와, 술패랭이꽃을 의미하는 나데시코가 합쳐진 말. 요조숙녀 혹은 현모양처를 가리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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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영미  I

2017년 《시와사상》 등단. 시집 『닳지 않는 사탕을 주세요』가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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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6월호 신작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