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시
 
신작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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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송진권 

  

 

 

 

 

 그래서 그렇게 그대로

  

 

 

 

   다들 일이 있어서 갈 수가 없다고 하였다
   종달새는 사랑하는 장미의 곁을 떠날 수가 없다고 하였고
   앵무새는 자기가 아름답기 때문에 새장에서 살아야 한다고 하였다
   자고새는 둥지가 있는 산맥을
   백로는 늪지를
   올빼미는 황무지를 떠날 수가 없다고 하였다
*

 

   무지개는 사랑하는 소낙비의 곁을 떠날 수가 없다고 하였고
   물소리는 개울 곁을
   고양이는 자기의 털을 쓰다듬는 손을
   모욕은 자선의 곁을
   자선은 탐욕의 곁을
   탐욕은 위선의 곁을
   할머니는 솥에 뭐가 끓고 있어서
   할아버지는 가축들을 굶기면 안 된다고 

 

   다들 그렇고 그런 까닭이 있어 떠날 수가 없다고 하였다
   회의가 끝났고
   서른 마리의 새들과 또 몇몇이 함께 떠났으나 우리는 남았다
   그래서 그렇게 그대로
   살 수밖에 없었다

 

 

 

 

   * 보르헤스의 『상상동물 이야기』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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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진권  l

2004년 《창작과비평》 등단. 시집 『자라는 돌』 『거기 그런 사람이 살았다고』, 동시집 『새 그리는 방법』 『어떤 것』 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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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3월호 신작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