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시
| 저자 | 윤은영 | ||
|---|---|---|---|
ㄲ
낫 놓고 기역자도 모른다지
꺾다에서 ‘꺾-’은
낫같이 생긴 자음자 네 개를
가슴 속에 빼곡히 채워 넣고도
낮 동안 무수히 꺾고 사느라
날이 무뎌져 가는지를 모르는 어근
내 두 다리는
인생 전반에 걸쳐 꺾는 데 집중하느라
무릎에 굴욕을 고름처럼 채워 넣고서
아픈 밤마다 새우잠을 잔다
어쩔 수 없다
대출금은 절대 구부러질 리가 없으니까
성격대로 윽박지르고 싶지만
꺾는 것이 얼마나 훌륭한 일인지를
억세게 증명하느라
발음할 때마다 목구멍에 걸려서는
힘이 잔뜩 들어가는 낱자
따라서 휘어지는 울음을
의성어로 보여주는 ‘꺼억꺽’에도
눈치 없이 껴들어 가
인상을 빠악, 쓰고 있는 낱자

윤은영 l
2010년 《미네르바》 등단. 시집 『시옷처럼 랄랄라』가 있음. 제3회 전국 계간문예지 우수작품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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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3월호 신작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