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시
| 저자 | 박미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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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물이 거울에 보이는 것보다 가까이 있습니다
지어 먹은 쓸쓸 없이도 고개를 돌릴 때가 있다
허공을 밟겠다고 허방을 밟는 것은
도대체 비울 줄 모르는 칩엽수의 초록과
낡은 외투 주머니 속의 기억이 한통속이라는 뒤늦은 생각 때문이지만
늙은 염소의 수염처럼 성가신 것들 쪽으로 기우는 캄캄한 귀를 탓하며
닿을 수 없는 것들은 보이지 않는 것과 동격이라고
늙은 뱀처럼 느릿느릿 방향을 바꾼다
여름에 봄꽃을 이야기하고
겨울에는 눈꽃이라는 거짓 사랑을 뭉쳐보기도 하지만
뒷걸음질에 익숙해지는 내가 낯설어서
거울을 깨트려보고도 싶은데
꺼내고 싶지 않은 것들만 반짝이는 까닭을 모르겠다
그렇다고 나를 꺼내놓고 너라고 우길 수도 없고

박미라 l
1996년 《대전일보》 신춘문예 등단. 시집 『비 긋는 저녁에 도착할 수 있을까?』 등이 있음. 〈충남시인협회본상〉
〈대전일보문학상〉 〈서귀포문학상〉 등 수상. 아르코창작기금,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창작지원금 등 수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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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2월호 신작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