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시
| 저자 | 김규성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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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바닷가에서 문득,
겨울 뻘밭 사이
작은 배 한 척 닻을 내리고 있다
저 갈매기 울음 후렴 삼아
녹슨 닻을 올리면
직립의 갈대숲과
구불구불한 만(灣)을 지나
바다에 이르겠지
일찍이 나는 그 바다의
파랑주의보 속 선상에 있었다
그리고 지금
주소가 없는 망망대해의
어디쯤을 유영하는 것일까
아니면
어느 외딴 섬 포구에 내려
선착장 낡은 벽에
현지어로 비표를 새기며
잠시 머물고 있는 지 모른다
그러나 그 임시 경유지는
낯선 만큼
낯익어질 무렵이면
기억을 지우고 떠나야 한다
다시
시작도 끝도 없는
먼 항해를 시작해야 한다
아니다
나는 여기에 있다 바다도
그 바다를 순회하던
사공도 없다 그리고 텅 비어
고요하고 밝은
나는 현재 바로 여기에 있다

김규성 l
2000년 《현대시학》 등단. 시집 『시간에는 나사가 있다』 등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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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2월호 신작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