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시
 
신작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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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김창범 

버들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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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복천 버들치 떼는 면도날보다 예민하다.

한 덩어리로 뭉쳐 있다가도 누군가 그림자라도 드리우면

순식간에 흩어진다. 전율하는 힘의 덩어리가 예리하게 찢어져

사방으로 쏜살같이 날아간다. 어둠을 밀어내고 달리는

열차의 힘이 어느 순간 머물렀다가 굉음을 지르며 떠나간다.

아, 황홀하다. 저 조용한 물밑에서 일어나는 힘의 시작과

그 해체를 보노라면, 우리의 생명은 황홀하고 처절하다.

생명이란 결국 헤어져 분해되는 것, 어디론가 달려가고 마는 것.

한순간 버들치 떼로 모이지만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마는 것.

과거도 미래도 없다. 반짝이는 비늘 빛만 잔상을 남길 뿐이다.

어디에도 허무란 없다. 그들은 어딘가에 열심히 살아있다.

악을 쫓거나 악에게 쫓기는 삶의 밑바닥이 너무나 생생하다.

살아있는 것들은 흐르는 물처럼 끊임없이 분해되어

철저히 해체당하지만, 텅 빈 침묵이 모래로 쓸려갈 무렵,

성복천 바닥에 붙어사는 것들이 다시 살아나기 시작한다.

생명은 행렬과 무리를 이루며 냇물을 거슬러 온다.

그것은 또 하나의 힘의 덩어리, 또 다른 힘의 혁명,

버들치 떼는 그저 한가롭게 꼬리치며 광장으로 모여들지만,

결국, 거센 물살을 뚫고 저마다 자기 지느러미를 흔든다.

아, 깃발이 되어 몰려나온다. 그것은 이미 거스를 수 없는 것.

누군가를 기다리며 그들은 또 다른 세상을 준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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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범​​​​​ ​​​ ​​​​​​​​​​■

1972년 《창작과비평》 시 발표로 등단. 시집 『봄의 소리』 『소금창고에서』 『노르웨이 연어』 등이 있음. 〈동국문학상〉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