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시
 
신작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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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이경 

줄이 길다


 

 

  김밥 가게 앞에 줄이 길다 멀리서 오는 길이다 멀리 가는 길이다

 

  바다에서 김을 건져 올려 채반에 말리는 사람 무씨를 흙에 묻어 단무지를 만드는 사람 닭을 길러 달걀을 받아내는 사람

 

  소를 잡는 사람 청대를 잘라 채반을 만드는 사람 무논에 벼를 일으켜 세우는 사람 트럭을 몰고 밤새 고속도로를 달려온 사람……

 

  김밥 한 줄을 먹는 동안 멀리서 온 길들이 입안에서 으스러지게 끌어안아 몸 섞는 동안

 

  머릿수건을 쓰고 김밥을 마는 여자는 연변 말씨를 쓴다 검은 김을 깔고 흰 밥을 펴고 여자가 꼬아 나가는 오색의 동아줄

 

  굵고 튼튼한 탯줄이 지구의 공복을 몇 바퀴째 돌아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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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경 ​​​​​ ​​​■

1993년 《시와시학》 등단. 시집 『소와 뻐꾹새 소리와 엄지발가락』 『흰소, 고삐를 놓아라』 『푸른 독』 『오늘이라는 시간의 꽃 한 송이』 『야생』이 있음. 〈유심작품상〉 〈시와시학상〉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