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시
| 저자 | 김금용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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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달래 립스틱
언 땅 밀고 나오느라고
내 팔다리 뿌리들이 다 밖으로 밀려나왔어요
물 좀 줘요
입술까지 말랐어요
혀 밑에 담긴 촉촉한 물의 힘을 잊었군요
저 혀의 말벌 힘 때문에 당신 생이 휘돌아버렸죠
혀가 잡아당긴 긴 겨울, 내내 어둠이었죠
동굴 안에 갇힌 채 삼백육십오 일을 이제나 그제나 기다렸어요
시곗바늘이 몇 바퀴 돌고도 낮과 밤이 다 혼돈의 꽃밭이었어요
어둡다고 투덜거리다가도 껴안아주면 절로 눈물이 솟고요
막연히 기다릴 수 있을 것 같았죠
기다린다는 건 그리움의 언저리에서 돌탑을 쌓는 것
견디자고 내가 쌓아올린 돌탑을 매일 돌았죠
결국 내 사랑이란 화초 하나 지켜보며 물 줘 키워내는 것
언 땅을 뚫고 나오는 떡잎 두 장에 눈시울이 젖고
연분홍 진달래 당신이 촛불을 켜고 입술 내밀면
물기 없던 내 마른 입술은 분홍 립스틱으로 윤이 나겠죠
뿌옇게 얼룩진 거울에라도 내 얼굴 들이밀고
키스 한번 해볼래요

김금용 ■
1997년 《현대시학》 등단. 시집 『각을 끌어안다』 『핏줄은 따스하다,아프다』 『넘치는 그늘』 『광화문 쟈콥』 등, 한·중 번역시집 『나의 시에게』 등이 있음. 현재 《현대시학》 주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