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시
 
신작시
Extra Form Output
저자 김복희 

외국 여자

​

 

​

​

먹고 먹힌다는 것에 사리분간이 안됐다

횡단보도 복판에 멈췄다

 

여기를 정리하고 한국에 들어가야 할까

오늘 한국 여자가 죽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한국식으로 머리 풀고 곡하고 술상을 차릴까

 

까마귀가 너덜너덜해진 비둘기를 물고 가로수 위로 올라갔다

눈 쌓인 수풀에 이상한 산새의 시체가 묻히고*

그때부터 보이지 않았다

 

나 같은 외국 여자 몇몇이 비둘기를 보고

가로수 위를 보고 다시 자신을 안은 남자의 얼굴을 본다

우리들은 새가 아니다

 

경적 소리에 놀라 얼른 길을 건넜다

비둘기였던 것이 후두두 떨어질 것 같았다

떨어지지 않았다

 

여자로 사람을 만나고 일하고

한국을 잊고 계속 여기 있고

여기서 죽고

​

​

 

*​ 오장환, 「深冬」

 

 

 

 

 

 

 

 

 

 

 

 

 

 

 

신작시_김복희.jpeg

김복희​ ​​■

2015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등단. 시집 『내가 사랑하는 나의 새 인간』 『희망은 사랑을 한다』가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