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시
| 저자 | 기명숙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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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탐
억누르고 치대어 구웠더니 누르스름 군침 도는군. 반죽 품평을 해볼까? 숙성 안 된 자의식은 초조(初潮) 때처럼 초조해하더군. 말랑말랑을 선호하는 고객님들 죄다 킬킬거리며 침 흘리고. 이스트를 넣어주세요, 저를 부풀게 해주세요. 신열 앓는 문장들을 게 눈 감추듯 먹어치우네. 먹히기 좋게 연습 또 연습 불지옥에서 뜨거워지는 게 빵의 숙명이라고 해두자. 독사가 깨문 사과로 만든 애플파이, 항생제 적셔 소젖 비린내 달달한 밀크 빵. 클리토리스를 다져 넣는다는 누드 샌드위치에 대한 소문은? 케이크에 꽂혀 있는 알 수 없는 얼굴들은? 구름빵에는 구름이 도망간 지 오래, 계란 노른자 같은 해는 왼종일 거품을 게워내고 있네. 배 터지게 먹고 싶은 고객님들 취향을 말씀해주세요. 물론 당신의 간과 쓸개 레시피도 인기랍니다.

기명숙 ■
2006년 《전북일보》 신춘문예 등단. 시집 『몸 밖의 안부를 묻다』가 있음.
월간 웹진 공정한 시인의 사회 2020년 12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