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시
| 저자 | 김현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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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팔
우리는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는데
그해 여름은 우리가 가졌다
너는 나와 끝없이 순환하면서
너를 영원히 볼 수 없다고 썼다
미라보 다리가 그려진
편지지는 늘 작고 가득해서
나는 서성였다
할 말을 다하지 못하고
하지 말아야 할 말을 써서 보냈다
말괄량이 철부지
그런데도 여름의 시간은 또 무한히 남아돌았다
인간이 뭔가를 돌이킬 수 없이
망치고 있다는 생각
한낮에는 잠에 빠져 서 있고
한밤에는 잠이 오지 않아 누워 있었다
그럴 때면
세상에 책들이 모두 펼쳐졌다
보고 싶었다
너는 내 가슴 이 느낌
비를 뿌렸다
그 비 때문에
나의 밖으로 초록이 드러나고 있다고
나는 썼다
너는 무서워했다

김 현 ㅣ
2009년 『작가세계』 등단. 시집 『글로리홀』 『입술을 열면』, 산문집 『어른이라는 뜻밖의 일』 『당신의 슬픔을 훔칠게요』 『아무튼, 스웨터』 외 다수가 있음.
월간 웹진 공정한 시인의 사회 2019년 12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