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시
| 저자 | 조진리 | ||
|---|---|---|---|
오해
인공눈물을 샀다
비타민이 많다며 약사가 추천했다
웃었다
연인이 창가에 앉는다
창문이 밝은 빛으로 위에서 아래로
죽죽 내려 그였다 도무지
손가락에 붙어 떨어지지 않는 비닐 조각
창 그늘이 어두워 연인의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
너의 얼굴을 한 꺼풀 벗겨보니 나의 얼굴이고
너를 사랑하자 울긋불긋해졌다
아름다운 육체처럼 보였다
제목만 생각났다
할 말은 생각나지 않았다
제목만 좋으면 실망을 자주 하니까
제목에 줄 긋는 사람은 보지 못했다
아끼는 공책에 실수한 글씨를
어떻게든 바르게 고치려고 노력한 것처럼
비가 내렸다 굵지 않았다
홍수 같은 비가 내리면
아끼는 공책도 다 젖어버리고
지하 노래방에선 울음만 가득 찼다
영혼처럼 영혼처럼
줄 바꿈 내리 바꿈
하자, 애인도 아닌 남자가
손바닥을 들어 나를 위협했다
콧잔등의 주름을 쓸어내렸다
비탈길보다 더 가팔랐다
별이 떨어져서 입술에 닿고
파래졌다
피난안내도를 보기 전까지
사고나 종말은 생각하지 않았는데
손톱 끝을 찢으면 온몸이 다 벗겨질 것만 같고
오늘 다녔던 길은 어렴풋한데 집에 돌아와 신발을 벗어보면
작은 모래들이 따라붙어 온다
목에 리본을 매자 오리 떼들
하늘이 까맣도록 날았다

조진리 ㅣ
2013년 《시와세계》 등단.
월간 웹진 공정한 시인의 사회 2019년 01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