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시
| 저자 | 문정영 | ||
|---|---|---|---|
탐진(耽津)
물소리 붉은 햇볕 치마로 받고 계신가요
눈 녹은 바람 소리 오동나무 가지에 걸려 있고
경계를 넘는 강물에 잠이 깬 것인지 뒤척이는 몸에서
당신의 한숨이 빠져나가네요
저 험한 꿈자리 어찌 넘어가고 있을까요
나를 낳았던 물길 나를 길렀던 다리
모두 사라지고 없네요
다시 건너갈 수 없겠지요 당신이 쓸어주던 배앓이의 유년
한때 넘치는 탐진을 감싸주던 감나무들
당신이 유난히 좋아했던 꽃들은 어디에 있을까요
멈추어 고요하게 머무는
한 번 뒤척이는 데도 한나절이 걸리는 당신을
나도 힘겹게 지나가고 있네요
굴곡이 좁은 유치(有治)를 지나는 은어 떼가 반짝이던
그곳에 지금은 어느 어종이 알을 낳고 있는지요
당신은 이제 숨소리마저 들려주지 않네요
마르고 말라 더 이상 젖이라 부를 수 없는 가슴에
얼굴을 묻네요, 지금 그 젖무덤에 닿지 않으면
당신은 파란 잔디만을 보여주겠지요
잠잠해질 만큼 잠잠해진 耽津이 지금 당신인가요

문정영ㅣ
1997년 《월간문학》 등단. 시집 『잉크』 『그만큼』 등이 있음. 계간 《시산맥》 발행인. 윤동주 서시문학상 대표.
월간 웹진 공정한 시인의 사회 2018년 8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