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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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이향란 

동명이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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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나를 들락거린다.

말도 없이 빌려갔다가

슬그머니 제자리에 갖다놓는다.

아예 통째로 가져가기도 한다.

 

나도 그녀를 훔친다.

그녀가 어디에서 무엇을 하든 상관없이

쉽게 납치한다.

 

입에 넣었다가 가슴에 넣고

눈 속에 넣었다가 뇌 깊숙이에 넣기도 한다.

 

그녀가 나를 입고, 업고, 뛸 때

나도 그녀를 안고, 메고, 달린다.

 

정체 모를 몸 안에서

하나의 이름과 두 개의 얼굴로 우리는 산다.

아름다운 겹으로 서로에게 밀착하다가도

갑자기 등을 돌려 밀어낸다.

 

동시다발적인 나와 그녀가

어느 날은 합선이 되어

걷잡을 수 없이 타들어 가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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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그녀 속에 깃들어 그녀를 닮아갈 때

그녀도 나를 열고 들어와

곁에 고요히 드러눕는다.

 

누군가 우리의 이름을 부르는 그때만

같은 방향으로 얼굴을 돌려 누가 진짜인지를

고운 눈길로 슬그머니 흘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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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시-이향란.jpeg

이향란​​​​ ​​​■

2002년 시집 『안개詩』로 작품 활동 시작. 시집 『슬픔의 속도』 『한 켤레의 즐거운 상상』 『너라는 간극』, 전자시집 『이별 모르게 안녕』이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