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자 | 노태맹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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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귀나무 붉은 꽃 어머니
ㅡ 바람의 레퀴엠 4
저 바람 속에 누군가 있어요, 어머니
자귀나무 꽃잎 끝 붉은빛들로 불려 나와
아직은 불균형의 날개로 회오리치며 날고 있는
어머니, 저 바람 속에 누군가가 있어요.
이제 그리로 가세요
너무 오래 흙이었고
너무 오래 물이었던 당신의 노래도 이제
붉은 꽃으로 피어오르고
무념의 뭉게구름으로 솟아올라서
그리하여 저 바람과 함께 되어
그 어떤 이름으로도 불려지지 마세요.
모든 기억의 꽃과 이파리의 끝에서 날아올라
나에게도 모두에게도 잊혀지세요.
투명하게 주름져 접힌 시간들을 두려워 마시고
날아오르고 회오리치는 저 바람의 날개만이
어머니, 당신의 거처일 거예요.
저 바람 속에 더 누군가 있어요, 어머니
이제 그가 누구인지 궁금해 하는 눈도 지우고
내 정념의 귀도 들리지 않게 하여
자귀나무 붉은 꽃잎 끝으로 불려 나와
흰 나비처럼 바람 속을 두리번거리는 어머니, 어머니
당신들의 순결한 완성을
햇빛 반짝이는 푸른 이파리의 바람결로 느껴요.
당신 곁에 누운 다른 모든 육신들도 깨워 어머니
물이 되고, 흙이 되고, 나무가 되어
붉은 꽃들이 손깍지 끼고 날아오르듯
그렇게 함께 날아오르세요.
그리하여 모든 바람의 바람이 된 후
비가 되고 먼지가 되어
저 붉고 푸른 자귀나무 아래
아무도 모르는 환한 뿌리로 다시 잠드소서.
나의 기억, 나의 어머니
자귀나무 꽃 붉은 분홍의 어머니, 어머니
바람이 되어 잊혀지세요.
바람이 되어 잊혀지세요,
셀라,
다시 돌아오는 어머니, 나의 어머니시여!

노태맹 ■
1990년 《문예중앙》 등단. 시집 『유리에 가서 불탄다』 『푸른 염소를 부르다』 『벽암록을 불태우다』가 있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