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 저자 | 윤선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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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프러스가 있는 길
만년설을 품은 능선과 달의 경계에 마을이 있다
달무리를 인 산꼭대기는 아직 밤이다
지난밤 몇 그루 과실수가 발을 빼어
마당 바깥으로 나가는 것을 보았다
낮은 새벽을 넘어오는 빵 굽는 냄새
새소리가 느리게 흐르는 새벽 공기에 섞이고
빛을 받자 사이프러스가 총총하다
멀리 있는 신들과 죽은 자들이 접선한다는
하늘을 찌르고 올라선 숨은 꼭대기
공중 어디쯤 새소리와 부딪치는 곳
나무는 몸 밖으로 솟은 말들을 쏘아 올리는지
더 높아진 달을 꾹꾹 찌르는지
어설픈 바벨은 큰 나무 같아서
흔들리면서도 하늘로 뻗어 오르기에 바쁘다
당신과 나의 달은 그림자로 쏟아지고
사이프러스의 날카로운 숨소리가
피 끓는 몸을 관통하는 시간
검은 바벨의 흔적이 고요히 흘러내리는
여기 플로렌스의 작은 마을
들리니?
내 몸이 짙푸르게 커져 가는 소리
만년설이 창가로 미끄러져온다
똑똑, 들리니?
나를 노크하는 소리

윤 선 ㅣ
2018년 《시와반시》 등단.
월간 웹진 공정한 시인의 사회 2019년 12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