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 저자 | 한성희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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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은 무엇이라 부르고 싶지 않은
어떤 잠은 죽음은 너무 조용해서
잠인지 죽음인지 누구도 모르게
우리 곁을 지나간다
가장 낮은 그림자에 비스듬히 기대어
벽에서 벽으로
바닥에서 바닥으로 스며드는 사이
우리는 식탁이 어두워진다 외길에서
검은 잎사귀가 바닥에 흩날리고
목숨처럼 비바람이 눈발이 후려치고
침묵으로 뼈와 살이 으스러질 때마다
그곳 바닥은 영혼을 기다리는 자로
무슨 일이 벌어질 것처럼 고요해진다
우리는 풍경 너머에서 죽은 나무로
살아있어 돌아서서 등으로 운다
바람이 누워버릴 때까지 울고 울어서
잠이 잠으로 끝나지 않는
그 잠이 죽음이 구분되지 않아서
벽에서, 바닥으로,
어깨뼈가 무릎이 썩은 냄새로 축축해진다
어둠 깊숙이 무엇이 무엇에 닿는지 알 수 없이
아직은 무엇이라 부르고 싶지 않은
그 검은 날갯짓에게
어느 날 오후의 빛처럼 바닥에 등을 눕히고
우리는 비로소 한 줌에서 한 줌으로 잠이 될 것이다

한성희 ㅣ
2009년 《시평》 등단. 시집 『푸른숲우체국장』, 논저 『임강빈 시연구』가 있음.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창작기금 수혜(2014년, 2019년), 세종도서문학나눔 선정(2016년).
월간 웹진 공정한 시인의 사회 2019년 12월
